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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카르텔, 안상구, 언론)

by 영화 매니아 은채 2026. 6. 11.

 

"우리가 개돼지지 뭐겠어." 처음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웃어야 할지 멈춰야 할지 잠깐 헷갈렸습니다. 내부자들은 2015년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정치 스릴러로, 재벌과 정치인과 언론이 어떻게 서로를 먹여 살리는지를 숨기지 않고 꺼내놓는 영화입니다. 원작은 웹툰이고, 극장판 외에 감독판이 따로 있을 만큼 내용이 촘촘합니다. 707만 관객이 들었는데, 재밌어서 본 사람도 있었겠지만 화면 속 이야기가 너무 익숙하게 느껴져서 불쾌했던 사람도 많았을 겁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카르텔, 안상구, 언론 이 세 가지로 나눠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내부자들과 카르텔

카르텔(Cartel) 은 원래 기업들이 가격이나 생산량을 담합해 이익을 나누는 불법 연합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인데, 지금은 권력과 이익을 함께 챙기는 집단 전체를 뜻하는 말로 더 자주 쓰입니다. 내부자들에서 그 카르텔은 재벌 이강희, 정치인 장필우, 논설주간 이강희 세 사람으로 굴러갑니다. 셋은 서로 다른 영역에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처럼 움직입니다. 재벌은 돈을 대고, 정치인은 정책을 만들고, 언론은 여론을 조성합니다. 뒤에서 몰래 주고받는 게 아니라 골프장에서, 식사 자리에서, 대놓고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 태연함이 오히려 더 거북했습니다.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 인식 조사에서 언론인, 정치인, 기업인이 청렴도 하위 직군으로 꾸준히 꼽혔는데, 영화 속 설정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이 됩니다.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내부자들 안상구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는 처음부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반영웅(Anti-hero)이란 전통적인 영웅이 가져야 할 도덕성이나 이상 없이 서사의 중심에 서는 인물 유형인데, 안상구가 딱 거기 해당합니다. 카르텔 안에서 잘 먹고 잘 살던 사람이 배신당하고 손가락이 잘린 뒤 복수를 꿈꿉니다. 동기가 순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이병헌은 안상구의 분노와 능청스러움을 한 몸에 넣어서, 이 인물이 위험한지 웃기는지 모를 긴장감을 계속 유지합니다. 내부 고발(Whistle-blowing)은 조직 내부의 비리나 불법 행위를 외부에 폭로하는 행위인데, 안상구의 행동은 공익이 아닌 복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복수심이 공익으로 포장되지 않아서 더 솔직하게 느껴졌고, 내부자들 결말이 시원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내부자들 언론

조승우가 연기한 검사 우장훈과 이경영의 논설주간 이강희가 부딪히는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씁쓸했습니다. 블랙코미디(Black Comedy)는 어둡고 불쾌한 현실을 웃음의 형식으로 비트는 장르인데, 이강희 캐릭터가 그 역할을 합니다. 자신이 여론을 만든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게 문제라는 인식 자체가 없습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는 전제가 이 영화에는 처음부터 없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영화가 개봉한 해와 그 하락세가 겹치는 건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정치 스릴러(Political Thriller)는 권력 구조의 부패와 음모를 긴장감 있게 풀어내는 장르인데, 내부자들은 그 긴장감에 웃음을 섞어서 관객이 방심하는 순간 더 세게 찌릅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재밌었는데 찝찝했습니다. 안상구가 어느 정도 복수에 성공하지만 카르텔은 해체되지 않고, 권력의 고리도 그대로 돌아갑니다. 영화가 끝난 뒤 뉴스를 켰더니 화면 속이랑 비슷한 얼굴들이 나오고 있었고, 그게 더 씁쓸했습니다. 정치 영화를 보고 나면 보통 뭔가 후련한 게 있는데, 이 영화는 그 반대입니다. 후련함보다 물음표가 더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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