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너의 결혼식을 봤을 때 보고 나서 왜 이렇게 찝찝하고 아린지 한동안 이유를 몰랐습니다.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보여주는 현실이 반영된 영화입니다. 너의 결혼식에서 좋아한다는 것, 어긋남의 반복, 끝내 닿지 못한 감정 세 방향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목차
1. 좋아한다는 것
승현은 처음 만난 날부터 남다름을 좋아합니다. 숨기지도 않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지만, 그냥 좋습니다. 고등학생이 그렇게 좋아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고, 직접적이고, 계산이 없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가까워지는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같이 있으면 좋은 그 감각, 보는 사람도 같이 설레는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고등학교 때 옆에 앉은 사람이 좋아지는 그 순간, 그 감각을 이 영화가 정확하게 잡아냅니다. 그 감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전반부에서 이미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 설렘을 오래 유지하지 않습니다. 빨리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처음엔 아쉬운데, 나중에 생각하면 그 선택이 맞습니다. 좋아하는 감정 자체보다 그 감정이 어떻게 어긋나고 어떻게 남는지가 이 영화의 관심사니 까요. 설레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 영화는 달랐을 것입니다. 승현이 남다름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어설픕니다. 잘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그 어설픔이 진짜입니다. 완벽하게 고백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 어설픔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2. 어긋남의 반복
이 영화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집니다. 그 반복이 여러 번 됩니다. 그런데 볼수록 그 어긋남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승현이 준비가 됐을 때 남다름이 없고, 남다름이 돌아왔을 때 승현이 이미 체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현이 다시 마음을 열면 또 어긋납니다. 이 패턴이 영화 내내 반복되는데, 반복될수록 더 아립니다. 세 번째쯤 되면 이번엔 될 것 같다는 기대 자체를 안 하게 됩니다. 근데 또 하게 됩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감정의 크기가 문제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시점에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 동시성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사회심리학에서도 관계의 지속에는 감정 외에 타이밍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승현과 남다름은 서로를 싫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계속 어긋납니다. 이게 이 영화가 아프게 읽히는 이유입니다. 싸워서 헤어진 게 아니라, 그냥 때가 안 맞아서 안 된 것. 그 씁쓸함이 영화 내내 깔립니다. 나쁜 사람이 없는데 잘 안 됩니다. 그 경우가 가장 납득이 안 되고, 그래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너의 결혼식이 그 이야기입니다. 그 상황이 현실에서도 가장 설명하기 어렵고, 가장 오래 남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그래서 더 답답합니다. 박보영이 연기한 남다름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돌아올 때마다 승현이 흔들립니다. 답답하면서도 이해됩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좋아했던 사람은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3. 끝내 닿지 못한 감정
제목이 너의 결혼식입니다. 시작부터 어디서 끝나는지 알려줍니다. 그런데도 보면서 혹시 다르게 끝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제목을 알면서도 속는 영화입니다. 그게 이 영화의 묘한 힘입니다. 결말을 알면서도 다른 결말을 바라게 만드는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엄태구가 연기한 승현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남다름이 보이면 표정이 달라지고, 연락이 오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그 솔직함이 이 캐릭터를 답답하게도 만들고 애틋하게도 만듭니다. 보면서 답답한데 욕을 못 하겠습니다. 나도 그랬을 것 같아서요. 마지막 장면, 남다름의 결혼식에서 승현이 보이는 표정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슬프지 않습니다. 그냥 오래된 무언가를 바라보는 얼굴입니다. 이미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정리가 안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 표정 하나가 이 영화를 요약합니다. 대사가 없어도 됩니다. 엄태구가 그 장면을 다 했습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전달되지 않아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전달됐는데도 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 경우가 어쩌면 가장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됐는데 그냥 안 된 관계, 그런 게 하나씩은 있습니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딱 한걸음씩 어긋나는 것을 보며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억지로 붙잡아둘 수 없다지만 그렇게 행복하고 서로 사랑했는데 결국 그렇게 마무리된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사랑의 타이밍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