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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전쟁 (시대, 최익현, 브로맨스)

by 영화 매니아 은채 2026. 6. 12.

 

1982년 부산, 전두환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나라가 조직폭력배를 밟아버리겠다고 나선 그 시절, 그 틈새를 살아남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2012년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시대극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최민식과 하정우가 맞붙은 작품입니다. 470만 관객이 들었고, 개봉 당시 최민식의 연기 하나만으로 극장을 찾은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는데, 보고 나오면서 이상하게 최익현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안 떠나 졌습니다.

 

범죄와의 전쟁과 시대

이 영화를 장르로 구분하면 시대극(Period Drama)입니다. 특정 역사적 시대를 배경으로 그 분위기와 사건을 재현하는 장르인데, 범죄와의 전쟁은 1980년대 후반 한국의 정치적 혼란기를 아주 촘촘하게 복원합니다. 부산 사투리, 양복 핏, 형광등 아래 담배 연기까지. 그 시절을 직접 살지 않았는데도 왠지 낯설지 않은 공기가 있었습니다. 국가가 갑자기 규칙을 바꾸면 그 규칙 안에서 먹고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영화는 그 장면을 최익현 한 명의 얼굴로 따라갑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조직폭력 사범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고, 이 시기 조직 와해 과정에서 내부 고발과 배신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그 숫자가 영화 속 최익현의 처지와 겹칩니다.

 

최익현이라는 인물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은 피카레스크(Picaresque) 형 인물입니다. 사회 주변부에 있는 인물이 꾀와 운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서사 구조를 가리키는 말인데, 최익현이 딱 거기 해당합니다. 처갓집 백으로 조직에 발을 들이고, 눈치와 빠른 입으로 살아남습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악당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영웅이라고 부르기는 더 이상합니다. 그냥 그 시대에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내내 묘했던 건, 최익현이 나쁜 짓을 하는데도 웃음이 났다는 점입니다. 이 인물이 얼마나 구질구질하고 얄팍한지를 최민식이 너무 정확하게 잡아내서 밉기보다 어이없는 쪽에 가깝습니다. 집단 심리(Group Psychology)란 개인이 집단에 속했을 때 혼자일 때와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현상인데, 최익현이 조직 안에서 점점 달라지는 모습이 그걸 아주 잘 담아냅니다. 처음엔 겁에 질려 있다가, 어느 순간 자기가 그 세계의 중심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최익현과 최형배

최익현과 최형배(하정우)의 관계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습니다. 브로맨스(Bromance)는 남성 간 끈끈한 유대와 연대를 중심에 놓는 서사인데, 이 영화의 브로맨스는 그게 어떻게 어긋나는지에 집중합니다. 처음에는 최형배가 위에 있고 최익현이 그 아래서 붙어삽니다. 그런데 권력의 추가 바뀌면서 위치가 뒤집힙니다. 하정우는 최형배를 연기하면서 카리스마와 허술함을 한 몸에 넣었는데, 최민식과 맞붙는 장면마다 두 배우의 에너지가 서로 부딪히는 게 화면 밖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개봉 전부터 이 둘이 붙는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고, 실제로 그 기대를 채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범죄와의 전쟁은 2012년 470만 관객으로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최익현의 마지막 장면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모든 걸 잃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 표정입니다. 웃고 있는데 전혀 웃기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그 얼굴이 꼭 최익현 혼자만의 표정이 아닌 것 같아서, 보고 나서도 한참 그 장면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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