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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바닐라 라떼 한잔이 30분 노동이 되었다

바리스타 김토끼 2026. 8. 12. 18:02

목차


    카페 내부에서 찍은 사진
    카페 내부에서 찍은 사진

    카페에서 너무 힘드니까 감미로운 음악은 소음이 되고, 커피 향도 기름기 가득해서 오히려 커피도 안마시게 되었습니다. 개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것을 좋아했는데, 일한지 1주일만에 이렇게 변해버렸습니다.

    30대 카페 알바 지원했다가 5번 거절당한 사연

    늦은 나이에 카페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카페에서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직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파트타임 직원을 구하는 카페는 많았는데 직접 연락해 보면 나이가 많다면서 5번이나 거절당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 일할 수 있는지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지 세세하게 물어보다가 제가 나이를 대답하면 다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어느 카페는 20대만 뽑는다고 말해서 무척 서글퍼졌습니다. 그래도 카페에서 직접 일하면서 배우고 싶어서 6번째 아르바이트 지원을 했고 드디어 처음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15년 전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1년 동안 잠깐 일했던 것이 전부라서 무척 긴장했습니다. 지원자가 저를 포함해서 3명이나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실 반쯤은 포기한 채 면접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합격 연락을 받았고 내 카페를 설립하겠다는 꿈에 한걸음 다가간 기분이었습니다.

     

    카페 알바 시작 후 마주한 50가지 음료 메뉴의 압박

    열정 넘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개인 카페에는 메뉴가 참 많았습니다. 커피 종류를 포함한 음료가 50가지이고, 디저트 종류도 30가지 정도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 레시피를 다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암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남들보다 더 시간을 들여서 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카페는 배달 주문과 키오스크로 주문이 많았는데, 가끔 직접 저에게 주문할 때도 있었습니다. 포스기 앞에서 이 많은 메뉴들 사이에서 원하는 메뉴들을 터치해서 결제해야 하는데 눈앞이 핑글핑글 돌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디저트가 맛있기로 소문난 카페라서 음료와 함께 디저트 종류를 여러 가지 시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모든 손님이 음료는 아메리카노만 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름도 생소한 라테와 셰이크 등도 많아서 주문 종이가 들어올 때마다 손이 떨렸습니다. 음료 제작법이 적힌 종이가 있어서 그것만이 저에게 유일한 구원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사실 아직도 음료의 레시피는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좀 힘들 것 같아서 대신에 레시피가 적힌 종이에서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을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첫 결제 실수와 최저시급 10,320원의 무게

    배달 주문과 매장 손님들의 주문 종이가 5장이나 쌓여서 멘탈이 부서졌을 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빨리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1주일밖에 안된 초보자인 저는 손이 느렸습니다. 내 마음은 정말 날아다니고 싶었는데, 현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직접 주문을 받다가 잘못 결제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손님이 각각의 다양한 종류의 음료 5잔과 디저트까지 엄청 많이 주문했습니다. 이미 밀려있는 주문 종이에 정신이 혼미해진 저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포스기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3번이나 돌아봤는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메뉴가 눈에 확 띄어서 메뉴를 누르고 결제한뒤에 손님한테 메뉴도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주문을 다 끝내고 평화가 찾아왔을 때 저는 자꾸 아까 결제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가 신경 쓰였습니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드는데 그것이 무언인지를 몰라서 이전의 주문 내역들과 재고의 수량을 자꾸만 세어봤습니다. 그러다가 아까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팔 때 제가 두바이 쿠키 메뉴를 눌러서 500원을 덜 결제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습니다. 이미 손님이 나간 지 한참뒤여서 다시 결제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제가 실수한 거니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500원을 제 돈으로 현금통에 채워 넣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1시간 일해서 받는 돈이 10,320원인데 이 중에서 500원도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차마 500원을 직접 채우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한 기분이었습니다. 내 실수를 사장님한테 먼저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모른 척 숨기고 회피하고 싶었지만 나 자신한테 당당해지고 싶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정말 속상했습니다. 다시는 결제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카페를 운영하게 된다면 저는 메뉴를 단순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너무 많으니까 음료 만들기도 힘들고 재고 관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카페 일에 익숙해져서 사장님처럼 능숙하고 여유 있게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