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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카페 알바 현실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바리스타 김토끼 2026. 8. 12. 16:12

목차


    카페 알바 현실
    카페 알바 현실

    카페 아르바이트 첫날부터 손님에서 웃으면서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내가 상상하던 여유 있어 보이던 커피점 아르바이트는 현실에 없다는것을 몇시간만에 깨달았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15잔

    어떤 일이든지 새롭게 시작할 때는 무척 떨리고 설렙니다. 대학생 때 커피전문점에서 1년 정도 일한 경험이 있지만 공백 기간이 15년이 넘어서 처음부터 엄청 긴장했습니다. 일하기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15잔 포장이라는 대량 주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커피 샷을 내리는 것은 15년 전에도 해봐서 방법은 몸이 기억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커피를 주문한 손님이 바로 앞에서 빤히 쳐다보자 점점 더 긴장이 되었습니다. 포터 필터에 원두 가루를 넣고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 템퍼링을 하는데 자꾸만 비스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템퍼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원두가루가 너무 딱딱하게 압축되어 버렸고, 맛과 향이 제대로 나올 것 같지 않아서 버리고 다시 커피 원두를 분쇄하기도 했습니다. 템퍼를 직선으로 한 번에 눌러줘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너무 긴장해서 심지어 템퍼를 떨어트려 버렸습니다. 손님이 앞에서 보는데 자꾸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니까 더 패닉에 빠졌고 15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데 무려 30분이나 걸렸습니다. 먼저 나온 아메리카노에 얼음이 녹은 것이 보여서 포장하는 내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으니까 저는 웃으면서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는데 괜찮다는 손님의 말에 눈물이 찔끔 나버렸습니다. 

     

    다음날까지 쳐다본 배달 어플 후기

    아메리카노 15잔 이후에 또 한번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누텔라 땅콩 크로플이 포함된 배달 주문이었습니다. 커피는 가게에 레시피가 적힌 종이가 있기 때문에 보면서 만들 수 있었지만 디저트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여기는 디저트 카페라서 손님들이 음료와 함께 디저트도 많이 주문을 합니다. 그래서 크로플 종류만 해도 토핑에 따라서 12가지나 될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이번에는 손님이 앞에 계신 것이 아니라 배달의민족 어플로 주문한 것이라서 여유 있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크로와상 생지를 와플 메이커에 굽고 나서 예쁜 포장 용기에 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토핑을 올리는데 실수로 누텔라 소스가 아니라 실수로 초코 소스를 발라버렸습니다. 누텔라와 초코 소스 용기가 비슷하게 생겨서 급한 마음에 잘못 뿌렸습니다. 냄새와 색상을 보면 차이점이 분명히 보이는데 소스 뿌리고 빨리 땅콩 분태를 올려야 한다는 마음에 시각과 후각이 멈춰버렸던 것 같습니다. 배달을 가기 위해 포장하려는 자꾸 찝찝하다는 본능의 경고가 울렸고 뒤늦게서야 알아챘습니다. 크로플을 다시 구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초코 소스 위에 누텔라 소스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배달 기사님이 오셔서 디저트를 가져가셨습니다. 그 뒤로는 배달 어플 후기에 맛이 이상하다고 후기가 올라올까 봐 계속 새로고침하면서 다음날까지 리뷰를 살펴봤습니다. 다행히도 리뷰는 올라오지 않았고 저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누텔라에 초코 소스까지 더해져서 더 맛있었던 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여유 있는 카페는 환상

    제가 생각하던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은 향긋한 커피와 함께 하는 여유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날부터 대량 주문과 여러 실수들을 겪으면서 환상이 완전히 깨져버렸습니다. 배달 주문 종이와 손님들이 계속 쏟아지는 디저트 카페의 주방은 전쟁터와 다름 없었습니다. 아직 레시피도 다 못 외웠는데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되는 주문에 휩쓸리다 보니 나중에는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일하고 나니까 카페에서 여유가 있는 것은 손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꿈이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 카페를 차리고 싶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이 생각이 정말 옳은 것일까라는 회의감도 약간 생겼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첫날이었으니까 그런 것이고, 앞으로는 더욱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저도 레시피를 다 외우고 능숙하게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여유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단골로 다니던 디저트 카페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카페를 창업할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배우고 싶은 것이 무척 많습니다. 바리스타 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실전 경험과 손님 응대 방법까지 모두 체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