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0 영화 왕의 남자 (광대의 자리, 권력과 예술, 공길이라는 존재)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사극이라는 것 때문에 좀 망설였습니다. 역사 배경 영화는 왠지 무겁고 지루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처음 30분 만에 그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005년 개봉해 123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으로, 당시 기생충 이전까지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습니다.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역사 드라마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훨씬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광대 장생과 공길이 어떻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또 어떻게 그 안에서 부서지는지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광대의 자리장생과 공길은 저잣거리 광대입니다. 권력도 배경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에게는 사람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 2026. 5. 27. 영화 실미도 (버려진 사람들, 국가라는 이름, 684부대의 끝)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를 처음 본 건 꽤 오래전 일인데, 그때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당시에는 액션 영화겠거니 하고 앉았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2003년 개봉해 1108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을 넘은 작품입니다. 그 기록보다 영화 안에 담긴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고,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이 스크린 밖으로 나오는 내내 머릿속을 붙들었습니다. 버려진 사람들영화의 중심에는 사형수와 사회 부적응자들로 구성된 684부 대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김일성 암살이라는 임무를 위해 인천 앞바다 실미도에 모입니다. 훈련 장면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들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거칠고 통제 불가능해 보이던 인물들이 극한의 .. 2026. 5. 26. 영화 1987 (죽음 하나가 바꾼 것, 평범한 사람들의 연결, 그 해 6월) 장준환 감독의 1987을 보고 나서 며칠 동안 그 영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슬퍼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지금 누리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1987년이면 제가 태어나기 전이거나 갓 태어났을 시기인데, 그 시간이 스크린 안에서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걸 보면서 역사가 교과서 속 사건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몸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2017년 개봉 당시 722만 관객을 동원했고, 지금도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 중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죽음 하나가 바꾼 것영화는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 중 사망하는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당국은 처음에 단순 쇼크사로 발표하려 했고, 그 거짓말을 덮으려는.. 2026. 5. 26. 영화 택시운전사 (광주, 평범한 용기, 역사 앞의 개인) 2017년 개봉한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극장에서 눈물을 참느라 꽤 힘들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걸 알고 들어갔는데도, 막상 스크린 앞에 앉으니 그 무게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1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택시운전사를 광주라는 공간, 평범한 용기, 역사 앞의 개인이라는 세 방향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광주라는 공간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0년 5월 광주는 제가 교과서에서 짧은 문장으로 배웠던 그 광주와 전혀 다른 온도로 다가왔습니다. 교과서 속 5.18 민주화운동은 날짜와 사건 개요로 정.. 2026. 5. 25. 영화 올드보이 (복수의 이미, 기억과 진실, 인간의 한계)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개봉했을 때, 많은 관객들이 처음에는 단순한 복수극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한 남자가 15년간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되었다가 풀려나 범인을 추적한다는 설정은 얼핏 스릴러의 전형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게 단순한 복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한국 영화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칸 영화제 공식 수상 기록은 Festival de Cannes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올드보이를 복수의 의미, 기억과 진실, 인간의 한계 세 가지 방향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복수의 의미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는 1988년 어느 날 갑자기 감금됩니다. 이유를 모.. 2026. 5. 25. 영화 인셉션 (꿈의 구조, 무의식, 결말 해석)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 깨어난 뒤에도 감정으로 남는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인셉션을 처음 봤을 때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제가 지금 현실에 있는 게 맞는지 묘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2010년작 인셉션은 꿈의 구조와 인간의 무의식을 소재로, 단순한 SF 액션을 훨씬 넘어서는 감정적 무게를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꿈의 다층 구조,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나인셉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야기의 설계 방식이었습니다. 영화는 꿈을 단순한 환상의 나열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꿈을 레이어드 리얼리티(Layered Reality), 즉 서로 다른 시간 밀도를 가진 중첩된 현실로 묘사합니다. 여기서 레이어드 리얼리티란 하나의 현실 위에 또 다른 현실이 겹겹.. 2026. 5. 24. 이전 1 ···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