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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하사탕 (역순 구성, 트라우마, 역사) 이 영화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미리 말해주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영화가 거꾸로 간다고. 주인공이 죽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시간을 역행하며 그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오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구조를 모르고 봤다가 처음 10분에 완전히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 시작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습니다.영화 박하사탕은 200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한 남자 영호(설경구)의 인생을 죽음에서 출발해 청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1980년부터 1999년까지 약 20년을 다루며, 그 안에는 광주, 군대, IMF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 서사가 아니라 한 세대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다룬 영화입니다. 역순 구성이 만드는 다른 감각제.. 2026. 5. 30.
영화 밀양 (용서, 신앙, 인간 내면) 솔직히 이 영화는 처음 봤을 때 제목부터 낯설었습니다. 밀양이라는 지명이 왜 제목인지도 몰랐고, 전도연 배우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아무 정보 없이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뭔가 굉장히 불편한데, 그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 바로 설명이 안 됐습니다.영화 밀양은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남편을 잃고 경남 밀양으로 내려온 신애(전도연)가 아들마저 잃은 뒤 기독교에 귀의하고, 그 신앙이 다시 무너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도연은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배우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지금도 이 작품이 유일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수상이 납득됩니다. 전도연이 아닌 다른 배우로는 이 역할이 성립하지 않았을 .. 2026. 5. 29.
영화 우리들 (따돌림, 아동 심리, 우정) 솔직히 이건 기대 없이 본 영화였습니다. 아동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어른인 제가 보기엔 좀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아이들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불편하고, 왜 이렇게 익숙한지 설명이 안 됐습니다.영화 우리들은 2016년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선이가 여름방학 중 전학생 지아와 가까워지고, 개학 이후 그 관계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따라갑니다. 대사는 많지 않고, 특별한 사건도 없습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아이들의 눈빛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따돌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따돌림이 얼마나 조용하게 작동하는가였습니다. 누군가 대놓고 괴롭히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급.. 2026. 5. 29.
영화 벌새 (성장, 청소년 심리, 1994)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예술 영화 특유의 거리감이 느껴져서 한동안 미뤄두다가, 지인의 강권으로 겨우 봤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주인공 은희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극적인 반전도 없는 영화인데 말입니다.영화 벌새는 2019년 개봉한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교 2학년 은희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개봉 전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 플러스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고, 국내에서는 조용하게 개봉했지만 입소문으로 꾸준히 관객을 모았습니다. 1994년 한국, 성장 뒤에 가려진 균열1994년은 한국 경제가 빠르게 팽창하던 시기였습니다.. 2026. 5. 28.
영화 82년생 김지영 (여성의 삶, 지워진 이름, 우리 주변의 이야기)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82년에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봉 전부터 원작 소설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논쟁이 영화로도 이어졌고, 찬반이 뚜렷하게 갈린 채로 극장에 걸렸습니다. 저는 개봉 당시 뭔가 무거울 것 같아서 한참 미루다가 봤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말이 잘 안 나왔습니다. 극적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는데 그냥 계속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 이유를 여성의 삶, 지워진 이름,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세 방향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여성의 삶김지영은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 아닙니다.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고, 살 집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조여드는 느낌이 듭니다. 설명하기가 애.. 2026. 5. 28.
영화 베테랑 (재벌 3세와 형사, 분노의 방향, 통쾌함의 조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봤을 때 극장 안 분위기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웃음소리, 박수 소리, 중간중간 터지는 탄성까지.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이렇게 하나가 되는 경험이 흔하지 않은데, 베테랑은 그걸 해냈습니다.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통쾌한 오락 영화로만 알고 들어갔는데, 보고 나서 왜 이 영화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재벌 3세와 형사영화의 두 축은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과 재벌 3세 조태오입니다. 이 두 인물이 처음 화면에 함께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이 영화가 어디로 가려는지가 느껴집니다. 서도철은 허름하고 시끄럽고 원칙보다 의리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조태오는 돈과 배경으로 모든.. 2026.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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